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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 대처하는 방법, 파인애플 통조림 중경삼림, 왕가위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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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금성무)와 5년 동안 사랑을 나눈 메이가 갑자기 연락을 끊었다. 그것은 이별의 암시였지만 그는 애써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였다. 아무는 유효기간이 5월 1일까지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모으며, 그때까지 메이에게 다시 연락이 오지 않으면 과감히 그녀를 놓겠다고 결심했다. 5월 1일은 자신의 생일이자 파인애플 통조림을 좋아하는 그녀가 연락을 끊은 지 딱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아무는 땀을 흘리면 몸 속의 수분이 모두 빠져나가 눈물이 나지 않을 거란 믿음으로 매일같이 학교 운동장을 달렸다. 그건 더디게 흐를 기다림의 시간을 육체의 고단함으로 막아보려는 몸부림이었다.

그렇게 5월 1일이 찾아왔다. 예상처럼 메이는 연락이 없었다. 그 동안 한가득 쌓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단숨에 들이키는, 이상하리만치 신난 얼굴의 아무가 보였다. 그가 후루룩 들이키는 파인애플 조각들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입안에 맑은 침이 가득 고였다. 달콤한 파인애플 과즙의 맛과 향을 안다면 어쩔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무조건반사적 생리 현상이라고나 할까.

누구나 이별에 대처하는 각자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스물 다섯 살 아무는 그렇게 파인애플 통조림을 진통제 삼아 이별을 넘어서고 있었다. 단맛은 짜고 매운 맛을 포용하고 완화시키는가 하면, 기준선을 넘어도 고통을 느낄 수 없는 유일한 맛이라고 한다. 그의 슬픔은 파인애플의 단맛에 휘감겨 위로 받고 있었다.

실연 후, 괜히 이기지도 못할 술을 퍼 마셨던 지난 날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그 사람이 좋아하던 과일로 화채라도 만들어 배불리 먹었다면 아픔은 순간에만 머무른 채 금새 고요해졌을 텐데 말이다. 참 효과 만점인 ‘이별 진통제’이긴 하지만 그 달콤함의 부작용을 조심하길…. 이별의 순간이 매번 어떤 과일과 함께라면 어느 새 모든 과일은 슬픈 기억이 될 테니까.

오늘 밤 입천장을 녹일듯한 파인애플의 달콤한 향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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