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만 다섯인 저희집은 뭐든지 먹는게 부족해서 맘껏 먹어보는게 소원일 정도였어요.
당연히 못먹는 음식, 안먹는 음식이 없었구요. 지금돌이켜 보니, 음식솜씨좋은 어머니의 정성어린 손맛이 제일 컸지만요..저도 요즘 울아들딸들이 엄마가 해준 게 제일 맛있어요 하며 손가락 치켜세워줄때는
정말 어깨가 들썩 하더라구요.. 부모마음은 다 그렇듯... 내가 못먹어도 자식이 맛있게 바라만 보는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는거요.
아주 가끔 넉넉치 않은 형편에 딸기를 사게 되면 엄마가 자식수만큼 나눠주셨어요. 한사람당 2~3개씩이요.
대신 언니는 10개나 따로 접시에 담아 냉장고에 담아두었다 자율학습 끝나고 오면 따로 챙겨주시더군요
둘째인 전, 언니가 몹시도 샘이 났어요. 내가 만약 첫째였다면...ㅠㅠ 하면서 울었지요..그놈의 딸기때문에요
딸기가 맛있어서가 아니라..왠지 엄마가 언니만 이뻐하는것 같다란 열등감때문인듯해요.
어쨌든 저도 둘째를 가졌을때 과일이 땡겨서 닥치는 대로 과일을 참 많이 먹었어요. 그중에서 원없이 딸기를 많이 먹었네요..ㅋㅋ 덕분에 이쁜 딸을 낳았구요.
절 닮아 딸도 딸기랑 바나나를 갈아 만든 쉐이크도 정말 잘 먹는답니다.
노래는 못부르면서 목소리는 야들, 상큼발랄한 내 목소리를 가지고 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좀 특별한 꿈이 생겼죠
어린시절 제 꿈은 성우가 되는거였어요.
그중에서도 만화주인공이요. 캔디가 되어 테리우스를 애절하게 불러도 보구요. ㅋㅋ
내가 어렸을 때 ( 샛노란 바나나 ) 과일이 먹고 싶었다.
내가 어렸을 때 ( 깨비만화책방 주인 ) 이 되고 싶었다.
'리'라는 조그마한 시골마을에 처음 깨비책방이라는 만화책 대여방이 생겼었습니다.
언니, 오빠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락날락거리며 한 뭉텅이의 만화책들을 가지고 나오는 모습을보면서
깨비책방에 대한 궁금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 온 머리속을 가득채우게 되었죠.
"언니소원 10가지 들어줄께. 나좀 데려가라. 응?"
"언니, 엄마한테 일러버릴꺼야. 만화책 읽는다고!"
부탁 반, 협박 반으로 언니를 구워삶아서 겨우겨우 깨비책방이라는 신비의 그 공간속에 첫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별천지 였었어요.
수백권의 만화책들이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혀있고, 원하는 만화책을 골라 얼마든지 빌려갈 수 도 있고...
순정만화 코너에서 눈을 못떼고 만화책을 읽고 있는 언니곁에서 있다가 저도 한권의 순정만화 책을 꺼내
들었는데,,,,,, 10권이나 되는 장편의 순정만화였던거죠.
'잘생긴 주인공... 그녀에게 왜이렇게 못되게 구는거야? 사실은... 좋아하는 거였잖아? 아!! 어떻게 여자에가 해어지쟤..'
언니의 아량으로 2권을 빌릴 수 있게 되어 집에가서 정독을 하였죠.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다음권이 너무 궁금하더라구요. 완결이 3권쯤되는 만화책을 골랐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어째 운명은 이리도 가혹한지... 완결이 10권인 순정만화책을 고르게 되어, 언니 몰래 저도 뻔질나게 만화방을 드나들게 되었죠.
결과는 안봐도 뻔하죠. 일주일 용돈은 모두 순정만화 대여비용을 쓰게 되었고, 언제나 저는 만화책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저의 쥐꼬리만큼의 용돈으로는 그 방대한 순정만화의 양을 감당할 수 가 없었던거죠.
그래서 저는 저 깨비책방 카운터에 앉아서 만화책을 빌려주는 주인아저씨대신 내가 저 자리에 앉아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상상을 수도 없이 하게되었습니다.
나의 초등, 중등시절의 꿈은 순정만화가 가득한 만화방의 주인이 되는 것이였죠.
만화방의 주인이 된다면, 주인아저씨 옆에 딱 붙어앉아서, 시골에서는 아무나 먹을 수 없었던 그 노란 바나나를 맛나게 먹고 있는 주인딸처럼, 나도 실컴 바나나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한손에 만화책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바나나를 들며, 카운터에 떡 하니 버티고 앉아있는 멋진 만화책방의 주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바나나] 가 먹고 싶었다.
Why : 내가 어렸을 적 바나나는 무척 귀한 과일이었다.
그래서 잘 사는 집 아이인 친구들이 바나나를 간식으로 가져와서
먹는 것을 너무나 먹고 싶어서 침이 꼴깍꼴깍~
내가 바나나를 먹을 수 있었던 유일한 날은 울 아빠가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기분 좋을때..큰 맘 먹고 바나나를 사오셨을때..
그때도 경쟁은 치열했다.
4형제였던 우리 십여개 정도였던 바나나 다발에서 누가 더 많이
더 큰 바나나를 획득하느냐가 큰 관건..
그렇게 힘들게 일년에 한두번 아빠의 술김에~저지른 지름신에
의해 먹을 수 있었던 바나나..
지금도 그래서 바나나는 저에게 가장 맛있고 소중한 추억의 과일입니다.
지금은 바나나다이어트로 매일같이 먹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도
넘넘 맛있는 바나나랍니다.
내가 어렸을 때 [분식집 아줌마] 가 되고 싶었다.
Why:어렸을 적 통지표가 나오는 학생이 되기 너무나 싫었다.
그래서 전혀 시험 걱정없는 아줌마가 되고 싶었다.
특히 맛있는 떡뽁이, 튀김, 김밥..내 눈에 넘 맛있어 보이는
먹거리가 가득한 분식집 아줌마는 어린 한때 내가 되고 싶은 미래의 꿈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꿈은 많은 변화를 거치게 되었지만..
그래도 내 어렸을 적 내가 되고 싶었던 롤모델 1호는
맛있는것 만들어서 많이 먹을 수 있는 "분식집 아줌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