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없이 붉고, 눈부시게 노랗고...가을 단풍은,
붐비는 출근 버스 안에 앉아 사정없이 졸면서 설핏하게 봤을 뿐이지만 흐릿한 눈에도 그것이 무척 볼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인터넷 팝업 뉴스로 간간히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알고 늦은 밤 케이블 TV로 재방송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웃음을 때우며 그렇게 분주하게 보냈던 2008년의 10월.
그리고 11월도 어느새 반이 훌쩍 지났다.
오랜 만에 홍대 거리로 나갔다.
소란스럽고 어지럽지만 분위기가 낯설어 잠시 '핑' 돈다. 그러나 곧, 젊은 기운이 고스란히 몸 속으로 전달되며 익숙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마지 Margie.
커피 전문 까페이자 커피 쇼핑몰, 바리스타 교육 등을 하는 멀티플렉스 커피숍, 마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그의 동업자(결국 생판 모르는 남이라는 결론)가 운영하고 있는 까페로 소개받았는데,
15인 내외의 규모의 모임을 가지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몇 주간 똑같은 식당에서 배달되어 오는 조미료 찌개에 입맛을 강탈당했다고 해야 할까.
간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얼굴보다 들어서는 순간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안락함, 말끔한 테이블이 반가웠고, 싱싱함으로 가득찬 음식들에 온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커피 방앗간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까페 내부에는 말 그대로 커피에 대한 모든 것을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자루에 담긴 커피콩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한 쪽 벽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마지의 대표적인 메뉴들. 컬러플한 색감이 입맛을 돋구기에 충분했다.
커피와 와인, 다양한 핑거 푸드가 준비되어 있지만 업무와 회식을 겸하는 모임이라 파티 음식을 주문했다.
푸짐한 메뉴만큼이나 친절하고 넉넉한 주방장이 권하는 와이나리타로 모임을 시작했다.
레드와인에 생딸기를 갈아만든 딸기 와이나리타.
성큼 성큼 목을 타고 넘어가는 달콤하고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과일 쥬스는 유치하고 와인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메뉴였다.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말린 바나나 안주도 둔탁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마지의 품격을 느끼게 해준다.
데리야키 치킨과 매운 멕시칸 스타일의 떡볶이
자칫 소홀하게 나올 수 있는 말린 과일 안주에서도 준비한 사람의 정성과 시간이 보이는 듯 하다.
개성있고 성격 강한 홍대 앞 즐비한 까페들 중에서 마지는 차분하고 안락한 분위기의 맛과 멋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동안 생과일주스와 와플 등으로 만날 수 있었던 달콤한 과일의 변신과는 조금은 다른 세련되고 깊은 맛
의 와이나리타와 말린 과일안주를 통해 새롭게 진화하는 과일의 맛을 마지에서 만난 듯 하다.
물론 마지에도 달콤한 메뉴들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
딸기무스, 망고무스, 와플, 카라멜라이즈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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