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야? 나비야? 여우야?'
꼬박 3일간, 우리들의 애칭을 고민했다. 결국 평범한 '자기야' 라는 말로 그를 부른다.
해물된장찌개? 혹은 홍합 미역국? 아니면 좀더 공을 더 들여야 하는 카레를 넣은 닭도리탕? ‘나의 자기야’ 를 위한 첫 번째 요리를 만들기 위해, 인터넷과 요리책을 뒤적였다. ‘요리’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특별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결국 깻잎 몇 장을 부숴 넣은 평범한 참치 김치찌개로 대신했다. 혹시나 그 맛에 실망할까 애꿎은 ‘김치’만을 구박하면서….
여행지에서의 찍어온 우리의 커플 사진을 구경하는 사무실 나의 부사수가 농담처럼 한 마디를 던졌다. ‘ '언니, 의외로 '부끄부끄' 스타일인데요. 완전 부끄러워하는데…!?’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어지는 웃음. 머리끝까지 붉게 달아오른 내 모습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느껴진다.
그런가 보다. 그가 나를 부끄럽게 한다. 나를, 수줍게 한다. 마냥 즐겁고, 마냥 신나고, 감동을 주는 그와 함께, 요즘 나는 연애를 하고 있다.
서른 한 살. 스타일리스트, 공연기획자, 그림을 가르치는 화가, 조명 디자이너, 글쟁이 마케터. 취미로 스윙댄스를 배우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탐구하는데 여념이 없으며, 철들고 싶어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의 상식과 기준에 맞춰 적당히 타협할 줄 아는, 딱 좋은 나이가 된 여자 다섯이 달콤한 밥상 앞에 모였다.
증명할 순 없겠지만 ‘연애 바이러스’라는 게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게다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트렌드(?)에 충실한 ‘연하의 자기야’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수줍은 소녀. 그러나, 마음은 대담한 클레오파트라. 따뜻하지 못한 애인을 만나, 지난 5년간 쓸쓸했던 연애를 마감하며 세상에서 가장 유치한 연애를 하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슈테른'이 첫 테잎을 끊었다. 밀고 당기기로 몇 주간 주변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이더니 결국 감동적인 연애편지 한 장을 받고는 연애의 시작을 만천하에 알렸다. 5년간의 시간을 보상 받기라도 하듯, '슈테른'은 다섯 살 연하의 남자친구 함께 세상에서 가장 유치한 연애를 하고 있다.
‘3분 동안 춤을 추면서 파트너와 사랑에 빠진다!’ 는 거짓말 같은 로맨틱한 주문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일까? 스윙댄스 동호회에서 공연 파트너로 만나 두 달 반을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연습하고, 늦은 밤까지 메신저로 똘깍똘깍 거리던 ‘힐러리’도 연애시대에 합류했다.
서른 한 살 여자 다섯이 모여 풀어놓을 얘기가 온통 ‘연애’ 뿐인 것은 아니다. 샤방샤방한 봄날 같은 사랑이야기 말고도 칙칙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일들이 언제나 우리를 옆에 산재해 있으니깐.
경력 4~5년차 사회인 우리들은, 이제 한 두 명의 부사수를 거느리고 제대로 된 팀장님 소리를 듣기 위해 일 주일에 며칠은 적당히 야근도 해줘야 하고, 대놓고 결혼 안하냐며 소리지르는 엄마의 짜증 섞인 잔소리도 적당히 듣고 넘길 수 있는 기술도 알아야 한다. 부동산 재테크까지는 아니더라도 연금보험, 적립식 펀드 한 두 개쯤은 운용할 줄 알아야 이 복잡하고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 남는다고 하니 ‘생활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 머리 아픈 서른 한 살이다.
어리지만 한편 어른스러운 남자들과의 유치한 연애. 길거리를 다닐 때 손은 어떻게 잡는지, 헤어질 때는 어떤 말로 사랑을 속삭이는지, 누가 얼마나 더 닭살 돋는 문자를 주고 받는지, 둘만의 애칭은 무엇인지, 여행은 어디로 갈 것인지, 다가오는 생일에는 무엇을 선물할 것인지 등등.. 나이는 서른 한살인데, 마치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들처럼 수다가 오가는 사이 우리들의 얼굴은 상기된 표정을 한 채, 빨갛게 익어있다.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처럼, 사랑을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길 바란다. 어떤 오해로 인해, 지금은 알 수 없는 어떤 장벽으로 인해, 감정의 소모로 인한 시간에 지쳐, 그 일상이 언젠가 깨질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좀더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것처럼, 조금이라도 더 달콤한 연애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달콤한 밥'의 수다 공간, '일층카페'
‘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림을 만들어주는 공간’ 이 일층까페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었다. ‘일층까페’. 작년 이즈음. 업무 관계로 만난 지인이 이 곳을 소개시켜줬다. 그 이후로 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꼭 이곳의 ‘바나나 에스프레소’를 마셔보게 하는데, 바나나와 에스프레소 그리고 투게더 아이스크림이 주는 달콤함이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켰다.
버터가 녹아 들어간 토스트, 그리고 키위, 바나나, 토마토 등으로 풍성하게 멋을 낸 과일토스트 세트도 참 흐뭇하게 만들어 주는 메뉴다. 경복궁 역 ‘일층까페’에서 달콤 쌉싸름한 바나나 에스프레소를 만나 보시길….
"Fruits and Hous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알록달록 소녀의 감성과 세련된 추억을 만나다 @ 까페 세컨드팩토리 (댓글 1개 / 트랙백 0개) 2008/12/08
- 격이 다른 맛, 와이나리타를 만나다 @ 마지 Margie (댓글 5개 / 트랙백 0개) 2008/11/19
- 편안한 수다와 상큼한 과일 핏자 @ 피자모레, 명동점 (댓글 1개 / 트랙백 0개) 2008/11/14
- 대학로에서 찾은 달콤함, 상상 Green 카페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8/11/10
- 에그타르트와 딸기바나나@앤드류스 에그타르트 앤 커피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8/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