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사연 : 저는 결혼 7년주부 정민지라고 하네요. 결혼을 일찍해서..아직 30대 초반이네요. ^^ 저희 친정 부모님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라 결혼 전 부터 항상 가까이 살았음 좋겠다라고 하셧는데... 이상하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결혼과 동시에 부모님과 떨어져 경기도로 이사와서 일년에 겨우 3-4번 정도 얼굴보는게 다네요. 전화는 항상 자주 드리지만, 엄마가 나이가 드시면서 많이 우울해 하시네요.^^ 요즘은 아빠도 타 지방으로 일을 하러 다니셔서...^^ 엄마 혼자 부산에 계시는데.... 항상 보고 싶고 걱정되고....
저는 남편과 아이와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는게 정말 미안할 따름이네요.
엄마 곁에 있어 드리지 못해서 미안하고요.
점점 우울해져가시는 엄마 보면 마음아프고 그렇네요.
저도 딸 하나 키우는데요.. 이제 그 마음 조금씩 이해 될려고 합니다.
엄마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전화고 싶어 신청하네요.
^^
결혼 전 내가 살던 곳은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면 무척이나 아름다운 강원도 두메산골이다.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외가가 있고 아내를 만난 그곳을 나는 늘 내 고향이라고 말한다.
아빠 친구 분의 배신으로 모든 재산을 빚잔치에 쓰고 단돈 오천 원이 남았을 때
엄마가 제일 먼저 떠올리신 곳이기도 했다. 엄마는 허름한 창고를 얻어 구멍가게를 열었고
가게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국수를 팔아 생계를 이어 가셨다.
나는 그 구멍가게에서 오가는 나그네들과 함께한 어느 설날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하루에 한 번 대구와 영주에서 들어오던 버스는 비가 많이 오거나 갑자기 눈이 내리면 오지 않았다.
우리 가게 앞에는 영월로 가는 버스가 지나다녔는데 가끔 차를 놓친 사람들이 가게 안에 들어와 버스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해 섣달 그믐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밤새 폭설이 내린 것이다. "사람들이 명절 쇠러 많이 갈 텐데 눈 때문에 버스가 들어오려나 모르겠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엄마는 뒷마당에 묻어 둔 무를 꺼내와 수저로 속을 긁은 뒤 커다란 그릇에 볶으셨다.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무는 뭐 할라고? 만두 속 다 만들어 뒀잖아?"그러자 엄마는
"버스가 혹시 못 들어오면 많은 사람이 걸어서 재를 넘을 텐데 따뜻한 국물이라도 한 그릇 먹도록 해야 안되 겠나?
내일이 설날인데.."라고 하셨다. 그날 밤 많은 사람이 걸어서 재를 넘어왔을 때는 이미 영월로 나가는 막차가
떠난 뒤였다. 엄마는 내 방까지 비워주며 그분들께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설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만둣국을 끓이셨다. "새해 첫날부터 일 년 내내 배를 곯는다고 하니 모두 맛있게 드세요."
어리둥절해하는 손님과 돈이 없어 머뭇거리는 손님에게 엄마는 말씀하셨다.
"오늘이 설날인데 우리 가게에 온 손님을 대접하는 게 마땅하지요. 돈 걱정일랑 말고 따끈할 때 어서 드세요."
엄마의 말에 어떤 손님은 성큼 일어나 세배를 했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러자 엄마도
"모든 근심 걱정일랑 만두 속처럼 싸서 삼켜 버리고 항상 웃을 수 있는 새해 되세요."라며 덕담을 건네셨다.
정이 넘치고 인심이 후했던 엄마는 어느새 93세로 할미꽃을 닮은 꼬부랑 할머니가 되셨다.
그리고 또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그 시절 엄마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선뜻 따뜻한 손을 내밀었던 것처럼
나도 올 한 해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빌어 본다.